“번호표 뽑아 전기 써요”…전기 없는 대한민국 연구 첨병

입력 2025.06.17 (21:35) 수정 2025.06.1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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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계산기엔 건전지가 꼭 필요하죠.

AI 연구 개발의 핵심인 GPU, 일종의 초고속 슈퍼 계산기 역시 가동하려면 '전력'이 필요합니다.

훨씬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데요.

일론 머스크는 "내년이면 미국에 전력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AI 연구에 발을 뗀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반도체 공장부터 데이터 센터, 각종 연구소가 몰린 수도권...

국내 생산 전력의 39.9%를 쓰고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생산이 다 안 되니, 동해안과 충청권 등에서 발전된 전기를 끌어와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수요가 더 늘텐데, 송전망이나 변전소 등 기반시설은 물론, 전력 수급 계획도 그 속도를 못 따라갑니다.

정부 목표인 'AI 3대 강국', 지금 우리 전력 상황으로는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연속 기획, 오늘(17일)은 연구 개발 단계의 어려움부터 짚어봅니다.

이도윤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시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어딜까요.

다름 아닌 이곳 서울대입니다.

10년 넘게 에너지 다소비 건물 부동의 1위입니다.

쓰는 건물도, 연구 인력도 많다 보니 서울대에서 한 해에 쓰는 전기가 인구 39만 세종시의 넉 달 치 가정용 전기 사용량과 맞먹습니다.

그런데도 연구실에선 전기를 두고 사투가 벌어집니다.

AI 학습과 추론 등을 위해 쓰이는 연산장치인, GPU를 돌리는 서버실, 고성능 GPU를 더 들여놓고 냉각기로 열도 식히며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성로/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냉각용 에어컨을) 전기 용량 때문에, 제한 때문에 더 못 넣는 그런 경우도 있고요. 돈을 내고도 전기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일부 교수는) 전기료를 어떻게든 마련할 테니 전기만 달라…."]

학교로 들어오는 전력량이 부족해서입니다.

GPU 사용 대기 순번을 관리하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습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대학원생 : "진짜 심할 때는 몇 페이지를 넘어가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긴 합니다. 일주일 가까이 기다린 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성균관대의 경우, 부족한 전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중앙에서 서버를 관리합니다.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대학원생 : "실험 하나 돌릴 때 보통 (GPU)한 장씩 사용해요. 서버에 4개 있는데 남들도 사용해야 되다 보니까…."]

최근 AI 연구로 대학들 전력 사용량은 폭증했습니다.

대부분 수도권 대학들인데, 서울의 전력 자급률이 10% 수준으로 워낙 낮은 데다, 한전에 전력을 늘려달라고 요구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고종환/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 "(자원이 부족하면) 여러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는 횟수도 줄어들 거고 그만큼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지 않나…."]

전력 사용량을 감당하려면 전기를 받고, 흘려보내는 시설뿐 아니라 전력망 증설도 필요한데,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김태현 허수곤/영상편집:김철/그래픽:유건수 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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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호표 뽑아 전기 써요”…전기 없는 대한민국 연구 첨병
    • 입력 2025-06-17 21:35:13
    • 수정2025-06-18 07: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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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계산기엔 건전지가 꼭 필요하죠.

AI 연구 개발의 핵심인 GPU, 일종의 초고속 슈퍼 계산기 역시 가동하려면 '전력'이 필요합니다.

훨씬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데요.

일론 머스크는 "내년이면 미국에 전력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AI 연구에 발을 뗀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반도체 공장부터 데이터 센터, 각종 연구소가 몰린 수도권...

국내 생산 전력의 39.9%를 쓰고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생산이 다 안 되니, 동해안과 충청권 등에서 발전된 전기를 끌어와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수요가 더 늘텐데, 송전망이나 변전소 등 기반시설은 물론, 전력 수급 계획도 그 속도를 못 따라갑니다.

정부 목표인 'AI 3대 강국', 지금 우리 전력 상황으로는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연속 기획, 오늘(17일)은 연구 개발 단계의 어려움부터 짚어봅니다.

이도윤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시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어딜까요.

다름 아닌 이곳 서울대입니다.

10년 넘게 에너지 다소비 건물 부동의 1위입니다.

쓰는 건물도, 연구 인력도 많다 보니 서울대에서 한 해에 쓰는 전기가 인구 39만 세종시의 넉 달 치 가정용 전기 사용량과 맞먹습니다.

그런데도 연구실에선 전기를 두고 사투가 벌어집니다.

AI 학습과 추론 등을 위해 쓰이는 연산장치인, GPU를 돌리는 서버실, 고성능 GPU를 더 들여놓고 냉각기로 열도 식히며 사용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성로/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냉각용 에어컨을) 전기 용량 때문에, 제한 때문에 더 못 넣는 그런 경우도 있고요. 돈을 내고도 전기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일부 교수는) 전기료를 어떻게든 마련할 테니 전기만 달라…."]

학교로 들어오는 전력량이 부족해서입니다.

GPU 사용 대기 순번을 관리하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습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대학원생 : "진짜 심할 때는 몇 페이지를 넘어가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긴 합니다. 일주일 가까이 기다린 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성균관대의 경우, 부족한 전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중앙에서 서버를 관리합니다.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대학원생 : "실험 하나 돌릴 때 보통 (GPU)한 장씩 사용해요. 서버에 4개 있는데 남들도 사용해야 되다 보니까…."]

최근 AI 연구로 대학들 전력 사용량은 폭증했습니다.

대부분 수도권 대학들인데, 서울의 전력 자급률이 10% 수준으로 워낙 낮은 데다, 한전에 전력을 늘려달라고 요구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고종환/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 "(자원이 부족하면) 여러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는 횟수도 줄어들 거고 그만큼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지 않나…."]

전력 사용량을 감당하려면 전기를 받고, 흘려보내는 시설뿐 아니라 전력망 증설도 필요한데,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김태현 허수곤/영상편집:김철/그래픽:유건수 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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