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심리에 꺼지지 않는 불장…갭투자·현금거래 ‘그들만의 리그’

입력 2025.06.26 (21:18) 수정 2025.06.26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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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아파트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오를까봐 지금 아니면 사기 힘들 거란 불안심리가 퍼지면서 상승 폭을 끌어올리고 있는데요.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혼란에 빠진 모습입니다.

먼저, 이세중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이 30대 직장인은 예·적금 만기에 맞춰 올여름 아파트를 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급등한 가격이 변수.

[한 모 씨/30대 직장인 : "확실히 이전보다는 호가가 좀 더 올라와 있는 상태긴 하더라고요. 지금 사는게 제일 쌀텐데.. 그럼 지금 사야되나. 계속 고민을 엄청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매수를 포기하자니 더 오를까 걱정이고 다음 달부터 달라지는 대출 규제를 생각하면 아예 기회가 사라질까도 두렵습니다.

[한 모 씨/30대 직장인 : "대출이 많이 안나올거다라고 하면 가슴이 철렁하는거죠. 대출까지 막히는데 집값이 오르면 어떻게 집을 사야되지."]

지난주 서울 아파트 집값은 201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최근 두 달 동안 그야말로 폭등세입니다.

규제 지역인 강남 3구가 7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또 다른 한강 벨트인 마포와 성동, 광진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이렇다 보니 집을 팔려는 사람도 주저하고 있습니다.

5년 전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한 이 남성은 월급의 40%를 대출 이자로 내는 상황을 버티다 못해 올해 초 집을 내놨습니다.

그간 문의조차 없었는데 이달 들어 갑자기 매수 문의가 이어지자 다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임병수/30대 자영업자 : "부동산에서 집 보러 올 수 있느냐는 전화가 좀 자주 오니까..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으로 바뀐 것 같아서 올해까진 좀 버텨볼까? 라는 생각도 있어요."]

실제로 계약 도중 취소되는 건수가 늘고 있습니다.

매매계약 뒤 취소 건수는 통상 한 달에 100건 수준이었는데 2월부터 몇 배로 폭등했습니다.

토허제 일시 해제 영향으로 집값이 상승세였던 3월에는 7백 건이 훌쩍 넘기도 했습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모두 불안한 상황.

불안 심리가 집값을 부추기는 가운데 정부 역시 아직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고심 중입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촬영기자:김상하 지선호/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김지훈

[앵커]

이렇게 불붙은 서울 아파트, 어떤 사람들이 사는 걸까요?

KBS가 일부 아파트의 등기부 등본을 분석해봤더니, 마포와 노원은 주로 갭투자, 전세를 끼고 사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또 강남의 경우엔 대부분 강남3구 사람들이 매수에 나섰습니다.

이어서 이지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올해 들어 잇따라 신고가를 기록한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한 달만에 소형 평수도 2억 넘게 오르는 등 거센 상승세에도 매수자는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2월 한 30대가 20억원짜리 국민평형을 담보대출 없이 샀습니다.

[서울 마포구 공인중개사 : "(매수자들은 어디서 오는 거예요?) 은평구라든가 강북구 그다음에 경기 지역 그다음에 지방 손님들 실입주보다는 갭투자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은..."]

이런 서울의 주요 아파트,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사들이는 걸까?

KBS가 강남과 마포, 노원의 대표 아파트를 정해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 주인이 바뀐 집의 등기부등본 100여 건을 분석했습니다.

이 기간 '마래푸'에선 40여 건의 거래 가운데 절반이 대출 없이 체결됐습니다.

이 현금 거래 매수자로는 30대와 50대가 각각 30%로 가장 많았습니다.

같은 기간, 노원 '상계주공7단지'도 30건 가운데 18건 즉, 60%가 이런 현금 거래였습니다.

이렇게 현금 거래가 많은건 갭투자 영향으로도 분석됩니다.

지난 4월 상계주공7단지 아파트를 산 이 50대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전북 전주.

이렇게 집을 사고도 직접 살지 않는 비율이 상계주공과 마래푸 각각 80%가 넘습니다.

반면 강남 '은마'는 대출 낀 주택이 33건 가운데 70%에 달했지만, 주택 가격 대비 대출금을 짐작할 수 있는 채권최고액 비율이 3곳 중 가장 적었습니다.

은마는 매수자 10명 중 7명이 강남 3구 출신, 지방 매수자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 "(지방에서 온 매수자가) 10~20% 정도는 있었는데 강남이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는데 그런 현상이 더 강화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재건축 기대가 큰 은마와 상계주공에서는 상속과 증여 비율도 각각 30%를 넘었습니다.

전국민, 전지역에서 '영끌 바람'이 불었던 5년 전과 달리, '똘똘한 한 채'에 현금이 몰리는 상황.

정부도 새로운 규제 방향을 고민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이중우 황종원/영상편집:김철/그래픽: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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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심리에 꺼지지 않는 불장…갭투자·현금거래 ‘그들만의 리그’
    • 입력 2025-06-26 21:18:49
    • 수정2025-06-26 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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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아파트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오를까봐 지금 아니면 사기 힘들 거란 불안심리가 퍼지면서 상승 폭을 끌어올리고 있는데요.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혼란에 빠진 모습입니다.

먼저, 이세중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이 30대 직장인은 예·적금 만기에 맞춰 올여름 아파트를 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급등한 가격이 변수.

[한 모 씨/30대 직장인 : "확실히 이전보다는 호가가 좀 더 올라와 있는 상태긴 하더라고요. 지금 사는게 제일 쌀텐데.. 그럼 지금 사야되나. 계속 고민을 엄청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매수를 포기하자니 더 오를까 걱정이고 다음 달부터 달라지는 대출 규제를 생각하면 아예 기회가 사라질까도 두렵습니다.

[한 모 씨/30대 직장인 : "대출이 많이 안나올거다라고 하면 가슴이 철렁하는거죠. 대출까지 막히는데 집값이 오르면 어떻게 집을 사야되지."]

지난주 서울 아파트 집값은 2018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최근 두 달 동안 그야말로 폭등세입니다.

규제 지역인 강남 3구가 7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또 다른 한강 벨트인 마포와 성동, 광진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이렇다 보니 집을 팔려는 사람도 주저하고 있습니다.

5년 전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한 이 남성은 월급의 40%를 대출 이자로 내는 상황을 버티다 못해 올해 초 집을 내놨습니다.

그간 문의조차 없었는데 이달 들어 갑자기 매수 문의가 이어지자 다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임병수/30대 자영업자 : "부동산에서 집 보러 올 수 있느냐는 전화가 좀 자주 오니까..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으로 바뀐 것 같아서 올해까진 좀 버텨볼까? 라는 생각도 있어요."]

실제로 계약 도중 취소되는 건수가 늘고 있습니다.

매매계약 뒤 취소 건수는 통상 한 달에 100건 수준이었는데 2월부터 몇 배로 폭등했습니다.

토허제 일시 해제 영향으로 집값이 상승세였던 3월에는 7백 건이 훌쩍 넘기도 했습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모두 불안한 상황.

불안 심리가 집값을 부추기는 가운데 정부 역시 아직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고심 중입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촬영기자:김상하 지선호/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김지훈

[앵커]

이렇게 불붙은 서울 아파트, 어떤 사람들이 사는 걸까요?

KBS가 일부 아파트의 등기부 등본을 분석해봤더니, 마포와 노원은 주로 갭투자, 전세를 끼고 사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또 강남의 경우엔 대부분 강남3구 사람들이 매수에 나섰습니다.

이어서 이지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올해 들어 잇따라 신고가를 기록한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한 달만에 소형 평수도 2억 넘게 오르는 등 거센 상승세에도 매수자는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2월 한 30대가 20억원짜리 국민평형을 담보대출 없이 샀습니다.

[서울 마포구 공인중개사 : "(매수자들은 어디서 오는 거예요?) 은평구라든가 강북구 그다음에 경기 지역 그다음에 지방 손님들 실입주보다는 갭투자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은..."]

이런 서울의 주요 아파트,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사들이는 걸까?

KBS가 강남과 마포, 노원의 대표 아파트를 정해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 주인이 바뀐 집의 등기부등본 100여 건을 분석했습니다.

이 기간 '마래푸'에선 40여 건의 거래 가운데 절반이 대출 없이 체결됐습니다.

이 현금 거래 매수자로는 30대와 50대가 각각 30%로 가장 많았습니다.

같은 기간, 노원 '상계주공7단지'도 30건 가운데 18건 즉, 60%가 이런 현금 거래였습니다.

이렇게 현금 거래가 많은건 갭투자 영향으로도 분석됩니다.

지난 4월 상계주공7단지 아파트를 산 이 50대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전북 전주.

이렇게 집을 사고도 직접 살지 않는 비율이 상계주공과 마래푸 각각 80%가 넘습니다.

반면 강남 '은마'는 대출 낀 주택이 33건 가운데 70%에 달했지만, 주택 가격 대비 대출금을 짐작할 수 있는 채권최고액 비율이 3곳 중 가장 적었습니다.

은마는 매수자 10명 중 7명이 강남 3구 출신, 지방 매수자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 "(지방에서 온 매수자가) 10~20% 정도는 있었는데 강남이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는데 그런 현상이 더 강화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재건축 기대가 큰 은마와 상계주공에서는 상속과 증여 비율도 각각 30%를 넘었습니다.

전국민, 전지역에서 '영끌 바람'이 불었던 5년 전과 달리, '똘똘한 한 채'에 현금이 몰리는 상황.

정부도 새로운 규제 방향을 고민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이중우 황종원/영상편집:김철/그래픽: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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