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베이 준코 ‘여성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아들이 사명 계승

입력 2025.04.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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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다베이 시냐, 배경미 아시아산악연맹 사무총장,  칸자키 다다오 전 아시아산악연맹 회장,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왼쪽부터 다베이 시냐, 배경미 아시아산악연맹 사무총장, 칸자키 다다오 전 아시아산악연맹 회장,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

1975년 5월 16일. 세계 산악사에 획기적인 일이 발생했다. 일본 여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네팔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정상(8,848m)을 밟았다. 여성 이름은 다베이 준코(이하 준코). 당시 딸 한 명을 둔 36살의 주부였다. 여성이 에베레스트에 오른 것은 준코가 세계 최초였다. 일본에서 남성 대원 없이 18명의 여성 대원으로만 구성된 등반팀이 일궈낸 쾌거였다. 18명 중 유일하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준코는 이후 북미 드날리, 남극 빈슨 매시프 등을 정복해 1992년 여성 최초의 7대륙 최고봉 등정자로도 기록됐다. 이후 산악 환경운동가로 또 청소년 대상 희망 심어주기 후지산 등반 활동을 펼쳤던 준코. 2016년 77세 일기로 사망했다.
다베이 준코(1939~2016)다베이 준코(1939~2016)

다음 달 16일은 준코의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일이다. 준코는 후쿠시마 출신인데 후쿠시마시는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27일엔 기념관도 개관된다. 이에 앞서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이 준코의 아들인 다베이 시냐를 한국으로 초대했다. 지난 12일 입국해 3박 4일 동안 머무는 일정이었다. 1994년 아시아산악연맹 창립자이자 일본등산협회 회장을 역임한 칸자키 다다오 등 일본의 원로 산악인 10여 명도 함께했다. 일행은 아시아산악연맹 사무실을 방문하고 북한산 백운대도 오르는 등 짧지만 의미있는 일정을 보냈다.

아시아산악연맹 건물에서 촬영아시아산악연맹 건물에서 촬영

아래는 이인정 회장, 칸자키 전 회장, 준코의 아들 시냐 등과의 일문일답이다.

질문) 준코를 어떤 산악인으로 기억하고 있나요?
.이인정 : 152cm의 작은 체구였지만 등반을 잘했다. 같은 산악인으로서 존경했다. 환경 운동도 많이 했다. 설악산을 함께 오른 적도 있다. 2016년 돌아가셨을 때 직접 가서 조문했다. 올해 준코의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을 맞아 아들 시냐와 일본의 원로들을 초대했다.
.배경미, 아시아산악연맹 사무총장 : 지리산 종주를 함께한 적이 있다. 등반에 있어 매우 정확하고 규칙적이었다. 인간적인 미가 넘쳐 친언니, 친엄마 같았다.

질문) 어머니가 유명한 산악인이었는데 추억해 보면.
.시냐 : 살아계실 때는 잘 몰랐다.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이루신 일, 인적 관계가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질문) 어머니가 뜻깊게 했던 일을 이어서 하고 있다면서요.
.시냐 : 2011년 후쿠시마 해역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그 사고로 대부분의 사람이 희망을 상실했다. 후쿠시마 출신인 어머니는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2012년부터 후지산 등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돌아가시자마자 주변에서 그 프로젝트가 멈출 것이라는 말이 나오길래 크게 화가 났다. 그래서 계속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고, 지금은 어머니의 정신을 이어받아 내가 매년 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준코의 아들 시냐가 청소년 함께한 후지산 등반준코의 아들 시냐가 청소년 함께한 후지산 등반

질문) 일본에서 준코는 어떤 산악인으로 평가받고 있나요?
.칸자키 : 에베레스트 등정 후 엄청난 사람이 됐다. 모든 미디어가 준코 한 명한테만 집중 조명을 해서 다른 대원들과의 관계가 본의 아니게 소원해지기도 했다. 히말라야 원정은 협업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졌고 존경받은 산악인이 됐다. 준코의 '또 다른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 준코의 '또 다른 활동'은 무엇인가요?
.칸자키 : 먼저 '하트제이(HATJ:Himalayan Adventure Trust of Japan)'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산들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게 가장 핵심적인 일인데 산악 환경운동가로 변모했다. 그러면서 네팔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하트제이는 준코 사망 5년 후 없어졌지만, 아직도 그 단체에서 보여준 준코의 활동을 많은 일본 사람이 잘 기억하고 있다. 대지진 후 청소년과 함께한 후지산 등반 프로젝트도 주목받은 사업이었다. 나중에는 후쿠시마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 노인들과도 후지산을 함께 올랐다. 삶의 터전을 잃은 노인들을 위로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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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베이 준코 ‘여성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아들이 사명 계승
    • 입력 2025-04-15 16:54:26
    스포츠K
왼쪽부터 다베이 시냐, 배경미 아시아산악연맹 사무총장,  칸자키 다다오 전 아시아산악연맹 회장,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
1975년 5월 16일. 세계 산악사에 획기적인 일이 발생했다. 일본 여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네팔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정상(8,848m)을 밟았다. 여성 이름은 다베이 준코(이하 준코). 당시 딸 한 명을 둔 36살의 주부였다. 여성이 에베레스트에 오른 것은 준코가 세계 최초였다. 일본에서 남성 대원 없이 18명의 여성 대원으로만 구성된 등반팀이 일궈낸 쾌거였다. 18명 중 유일하게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준코는 이후 북미 드날리, 남극 빈슨 매시프 등을 정복해 1992년 여성 최초의 7대륙 최고봉 등정자로도 기록됐다. 이후 산악 환경운동가로 또 청소년 대상 희망 심어주기 후지산 등반 활동을 펼쳤던 준코. 2016년 77세 일기로 사망했다.
다베이 준코(1939~2016)
다음 달 16일은 준코의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일이다. 준코는 후쿠시마 출신인데 후쿠시마시는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27일엔 기념관도 개관된다. 이에 앞서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이 준코의 아들인 다베이 시냐를 한국으로 초대했다. 지난 12일 입국해 3박 4일 동안 머무는 일정이었다. 1994년 아시아산악연맹 창립자이자 일본등산협회 회장을 역임한 칸자키 다다오 등 일본의 원로 산악인 10여 명도 함께했다. 일행은 아시아산악연맹 사무실을 방문하고 북한산 백운대도 오르는 등 짧지만 의미있는 일정을 보냈다.

아시아산악연맹 건물에서 촬영
아래는 이인정 회장, 칸자키 전 회장, 준코의 아들 시냐 등과의 일문일답이다.

질문) 준코를 어떤 산악인으로 기억하고 있나요?
.이인정 : 152cm의 작은 체구였지만 등반을 잘했다. 같은 산악인으로서 존경했다. 환경 운동도 많이 했다. 설악산을 함께 오른 적도 있다. 2016년 돌아가셨을 때 직접 가서 조문했다. 올해 준코의 에베레스트 등정 50주년을 맞아 아들 시냐와 일본의 원로들을 초대했다.
.배경미, 아시아산악연맹 사무총장 : 지리산 종주를 함께한 적이 있다. 등반에 있어 매우 정확하고 규칙적이었다. 인간적인 미가 넘쳐 친언니, 친엄마 같았다.

질문) 어머니가 유명한 산악인이었는데 추억해 보면.
.시냐 : 살아계실 때는 잘 몰랐다.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이루신 일, 인적 관계가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질문) 어머니가 뜻깊게 했던 일을 이어서 하고 있다면서요.
.시냐 : 2011년 후쿠시마 해역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그 사고로 대부분의 사람이 희망을 상실했다. 후쿠시마 출신인 어머니는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2012년부터 후지산 등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돌아가시자마자 주변에서 그 프로젝트가 멈출 것이라는 말이 나오길래 크게 화가 났다. 그래서 계속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고, 지금은 어머니의 정신을 이어받아 내가 매년 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준코의 아들 시냐가 청소년 함께한 후지산 등반
질문) 일본에서 준코는 어떤 산악인으로 평가받고 있나요?
.칸자키 : 에베레스트 등정 후 엄청난 사람이 됐다. 모든 미디어가 준코 한 명한테만 집중 조명을 해서 다른 대원들과의 관계가 본의 아니게 소원해지기도 했다. 히말라야 원정은 협업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졌고 존경받은 산악인이 됐다. 준코의 '또 다른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 준코의 '또 다른 활동'은 무엇인가요?
.칸자키 : 먼저 '하트제이(HATJ:Himalayan Adventure Trust of Japan)' 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산들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게 가장 핵심적인 일인데 산악 환경운동가로 변모했다. 그러면서 네팔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하트제이는 준코 사망 5년 후 없어졌지만, 아직도 그 단체에서 보여준 준코의 활동을 많은 일본 사람이 잘 기억하고 있다. 대지진 후 청소년과 함께한 후지산 등반 프로젝트도 주목받은 사업이었다. 나중에는 후쿠시마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 노인들과도 후지산을 함께 올랐다. 삶의 터전을 잃은 노인들을 위로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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