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잃고 폐 떼어낸 뒤 후회?…암의 주범 ‘흡연’ [건강하십니까]

입력 2025.08.16 (09:00) 수정 2025.08.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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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의 흡연…잃어버린 목소리

71살 심기용 씨는 목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암세포가 퍼진 후두 전체를 수술로 떼어냈기 때문입니다. 목에는 큰 동전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고, 튜브가 꽂혀 있습니다. 코나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없기 때문에 이 구멍을 통해 공기가 직접 폐로 들어가게 해 숨을 쉽니다.

심 씨가 말을 하려면 인공 후두기가 필요합니다. 전기면도기만 한 크기인데 이걸 손에 쥐고 목에 대면 진동이 울리고 기계음이 나옵니다. 인공 후두기를 이용한 심 씨의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심 씨는 이런 일화도 들려줬습니다.


심 씨가 처음 담배를 접한 건 중학생이던 15살 때입니다. 유도부 선배들의 강권을 뿌리치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지 45년이 지나 탈이 났습니다.

60살 되던 해 목이 아파 이비인후과 병원을 찾았더니, 큰 병원을 가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형 병원에서 후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2014년부터 치료를 거듭하다 2023년 후두 전절제술을 받았습니다. 45년의 흡연이 목소리를 앗아간 것입니다.

유창환 국립암센터 이비인후과장의 설명입니다.

"담배 연기에는 70종 정도의 1급 발암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면 연기가 직접적으로 세포 점막을 자극하고, DNA에 손상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서 세포 변이, 결국 암으로 진행하는 건데요. 담배를 피우면 제일 먼저 흡입에 의해서 연기를 접촉하는 곳이 구강과 함께 후두죠. 그래서 후두에 암이 많이 발생합니다."

심 씨의 불행은 후두암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후두암 발견 2년 뒤 폐암 진단도 받아 왼쪽 폐를 절제했습니다.

■연기도 안 지나는데…방광엔 무슨 일?

그럼 담배 연기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 다른 신체 장기들은 안전할까요?

70살 백충렬 씨는 50년 흡연자였습니다. 흡연이 만족을 주고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어 오랜 시간 담배를 피웠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2023년 소변볼 때마다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또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려워 장시간 외출도 힘들 정도가 됐습니다. 결국 방광암 진단을 받았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담배 때문에 이 방광암이 발생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죠. 나중에 그게 판명되고 나서는 '아, 흡연이 굉장히 치명적이구나' 생각했고, '재발 위험성도 많다'고 설명을 들으니까 그때부터 담배를 끊었습니다."

방광암 내시경 사진방광암 내시경 사진

흡연 때문에 방광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백 씨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방광은 담배 연기가 지나는 통로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입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장기인데, 어떻게 흡연이 방광암을 일으킬까요?

서호경 국립암센터 비뇨기암센터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게 제 환자들이 항상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사실 방광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 흡연입니다. 담배의 많은 발암물질이 폐로 흡수된 게 피로 들어가고, 피에 있는 발암물질이 콩팥을 통해 걸러져서 소변이 되는데,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는 장기니까 소변에 있는 발암물질이 지속적으로 방광 점막을 자극해서 방광암이 생기게 됩니다. 방광암뿐만 아니라 소변이 지나가는 모든 기관, 그러니까 신우나 요관에도 똑같이 세포암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서호경 센터장은 흡연 환자들에게 먼저 담배부터 끊고 오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15종 이상 암 유발…"거의 모든 암의 주범"


흡연은 각 신체 장기에 암 발생 위험을 얼마나 높일까요?

질병관리청이 2023년 펴낸 자료 '담배 폐해 앎(암)'을 보면, 현재 흡연하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후두암 발생 위험이 7배, 폐암은 4배, 방광암은 3배 높아집니다.

흡연은 또 구강암, 식도암, 위암, 대장암, 난소암, 자궁경부암, 췌장암의 발생 위험을 약 2배 높입니다. 이 외에도 비인두암, 신장암, 유방암의 발생 위험도 유의하게 증가시킵니다.

국제암연구소는 흡연을 15종 이상 암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우리 몸의 대부분 장기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열 국립암센터 대외협력실장(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흡연이 전신에 암을 일으키는 원리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담배를 피우면 발암물질이 있는 담배 연기가 직접 맞닥뜨리는 구강, 기관지, 폐 이런 곳에서 암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고요. 폐 속에서 폐포에 있는 모세혈관을 통해서 담배에 들어있는 화학물질과 발암물질이 녹아서 이제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이 혈액이 전신을 돌아다니면서 혈관을 딱딱하게 만드는 동맥 경화를 일으키고, 이 혈액 성분이 집중화되는 콩팥, 방광, 이런 곳에서 암 발생을 높입니다. 그래서 암은 우리 몸에 생기는 모든 암의 발생을 높이고 또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범이 됩니다."

전체 암 사망의 20%, 폐암 사망의 80% 이상이 흡연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년 금연하면 폐암 발생률 80% 감소


반대로 금연은 암 발생 위험과 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춥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금연 후 폐암 발생과 사망 위험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20년 이상 경과할 경우 현재 흡연자의 5분의 1 수준까지 위험도가 감소합니다.

금연 효과에 대한 김열 교수의 설명입니다.

"폐암은 금연한 지 10년 정도가 되면 지속 흡연자에 비해서 40% 정도, 20년 이상 금연을 하면 지속 흡연자에 비해서 80%까지 폐암 발생률이 감소하고요. 폐암 환자가 폐암 치료 후에 흡연을 지속할 경우에는 폐암 재발률이 2배 이상 높아지는데, 금연을 하면 재발률이 담배를 계속 피우는 사람에 비해서 50% 이상 감소를 합니다."

■"중독인 줄 알면서 또 피워"


국립암센터는 집중 금연 캠프를 연중 운영합니다. 20년 이상 흡연 경력이 있고, 여러 차례 금연에 실패한 중증 고도 흡연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4박 5일 동안 10여 명이 함께 생활하며, 약물치료, 집중 심리상담, 맞춤형 운동처방, 영양상담,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금연 의지를 다집니다.

7월에 이 캠프에 참가한 62살 성제 씨는 이번이 세 번째 참가라고 했습니다. 두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창피를 무릅쓰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입소했다고 합니다.

성 씨는 금연 실패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일단은 자만이 컸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한 개비 피우더라도 다음에 내가 끊을 수 있어' 하는 그런 이상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아니에요. 중독이라는 건 정말 자기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는 걸 많이 경험했습니다. 딜레마가 뭐냐 하면 중독이라는 게 끊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또 피우거든요."

김열 교수는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금연 캠프 참가자들이 오시면 제가 처음에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들 매일 마시는 물에 발암물질이 녹아 있다면 마실 수 있겠습니까?' 왜냐하면 인지를 변화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얼마나 해로운지를 실감 나게 본인이 느끼질 못하죠.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이 단순 습관 때문이 아니라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에 의한 중독 때문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약물 치료와 집중 심리상담으로 치료하는 것이 저희의 주된 목표입니다."

■"후회하기 전 깨달아야"…수술 환자들의 호소

후두암과 폐암 수술 환자 심기용 씨, 방광암 수술 환자 백충렬 씨는 암 진단 이후 곧바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심기용 씨는 사단법인 후두장애인협회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합니다.

"후두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이 말을 못 하니까 집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를 않습니다. 인공 후두기를 사용해 말하는 법, 다른 발성법들을 통해 말하는 걸 도와줍니다."

심 씨는 인공 후두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저절로 발성이 되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부단한 연습이 필요한데, 자신도 1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인공 후두기로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지금은 식도 발성법도 익히고 있습니다.

심 씨는 주변 흡연자들에게 담배 끊으란 얘길 안 한다고 합니다. 그냥 수시로 가래를 뱉어내야 하는 등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만 보여준다고 합니다.

심 씨는 금연 실패를 다이어트에 비유했습니다.

"다이어트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몸이 무겁지만, 다이어트 안 해도 내가 몸이 견딜 만하니까 중간에 중단하는 거거든요. 담배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하지만 나중에 결과가 이렇게 되면 후회하는 거예요. 내가 후두암 발견되고 바로 담배를 끊었어요. 그 자리에서 담배를 끊었어요. 그런데 이미 물 건너갔고, 지금 결과는 이렇게 된 거죠. 그렇게 되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자각해야 하는데 많은 흡연인들이 그걸 모르는 거 같아요."

자료분석: 윤지희
그래픽: 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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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소리 잃고 폐 떼어낸 뒤 후회?…암의 주범 ‘흡연’ [건강하십니까]
    • 입력 2025-08-16 09:00:53
    • 수정2025-08-16 09: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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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의 흡연…잃어버린 목소리

71살 심기용 씨는 목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암세포가 퍼진 후두 전체를 수술로 떼어냈기 때문입니다. 목에는 큰 동전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고, 튜브가 꽂혀 있습니다. 코나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없기 때문에 이 구멍을 통해 공기가 직접 폐로 들어가게 해 숨을 쉽니다.

심 씨가 말을 하려면 인공 후두기가 필요합니다. 전기면도기만 한 크기인데 이걸 손에 쥐고 목에 대면 진동이 울리고 기계음이 나옵니다. 인공 후두기를 이용한 심 씨의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심 씨는 이런 일화도 들려줬습니다.


심 씨가 처음 담배를 접한 건 중학생이던 15살 때입니다. 유도부 선배들의 강권을 뿌리치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지 45년이 지나 탈이 났습니다.

60살 되던 해 목이 아파 이비인후과 병원을 찾았더니, 큰 병원을 가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형 병원에서 후두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2014년부터 치료를 거듭하다 2023년 후두 전절제술을 받았습니다. 45년의 흡연이 목소리를 앗아간 것입니다.

유창환 국립암센터 이비인후과장의 설명입니다.

"담배 연기에는 70종 정도의 1급 발암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면 연기가 직접적으로 세포 점막을 자극하고, DNA에 손상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서 세포 변이, 결국 암으로 진행하는 건데요. 담배를 피우면 제일 먼저 흡입에 의해서 연기를 접촉하는 곳이 구강과 함께 후두죠. 그래서 후두에 암이 많이 발생합니다."

심 씨의 불행은 후두암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후두암 발견 2년 뒤 폐암 진단도 받아 왼쪽 폐를 절제했습니다.

■연기도 안 지나는데…방광엔 무슨 일?

그럼 담배 연기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 다른 신체 장기들은 안전할까요?

70살 백충렬 씨는 50년 흡연자였습니다. 흡연이 만족을 주고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어 오랜 시간 담배를 피웠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2023년 소변볼 때마다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또 소변이 너무 자주 마려워 장시간 외출도 힘들 정도가 됐습니다. 결국 방광암 진단을 받았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담배 때문에 이 방광암이 발생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죠. 나중에 그게 판명되고 나서는 '아, 흡연이 굉장히 치명적이구나' 생각했고, '재발 위험성도 많다'고 설명을 들으니까 그때부터 담배를 끊었습니다."

방광암 내시경 사진
흡연 때문에 방광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백 씨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방광은 담배 연기가 지나는 통로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입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장기인데, 어떻게 흡연이 방광암을 일으킬까요?

서호경 국립암센터 비뇨기암센터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게 제 환자들이 항상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사실 방광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 흡연입니다. 담배의 많은 발암물질이 폐로 흡수된 게 피로 들어가고, 피에 있는 발암물질이 콩팥을 통해 걸러져서 소변이 되는데,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는 장기니까 소변에 있는 발암물질이 지속적으로 방광 점막을 자극해서 방광암이 생기게 됩니다. 방광암뿐만 아니라 소변이 지나가는 모든 기관, 그러니까 신우나 요관에도 똑같이 세포암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서호경 센터장은 흡연 환자들에게 먼저 담배부터 끊고 오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15종 이상 암 유발…"거의 모든 암의 주범"


흡연은 각 신체 장기에 암 발생 위험을 얼마나 높일까요?

질병관리청이 2023년 펴낸 자료 '담배 폐해 앎(암)'을 보면, 현재 흡연하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후두암 발생 위험이 7배, 폐암은 4배, 방광암은 3배 높아집니다.

흡연은 또 구강암, 식도암, 위암, 대장암, 난소암, 자궁경부암, 췌장암의 발생 위험을 약 2배 높입니다. 이 외에도 비인두암, 신장암, 유방암의 발생 위험도 유의하게 증가시킵니다.

국제암연구소는 흡연을 15종 이상 암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우리 몸의 대부분 장기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열 국립암센터 대외협력실장(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흡연이 전신에 암을 일으키는 원리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담배를 피우면 발암물질이 있는 담배 연기가 직접 맞닥뜨리는 구강, 기관지, 폐 이런 곳에서 암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고요. 폐 속에서 폐포에 있는 모세혈관을 통해서 담배에 들어있는 화학물질과 발암물질이 녹아서 이제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이 혈액이 전신을 돌아다니면서 혈관을 딱딱하게 만드는 동맥 경화를 일으키고, 이 혈액 성분이 집중화되는 콩팥, 방광, 이런 곳에서 암 발생을 높입니다. 그래서 암은 우리 몸에 생기는 모든 암의 발생을 높이고 또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범이 됩니다."

전체 암 사망의 20%, 폐암 사망의 80% 이상이 흡연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년 금연하면 폐암 발생률 80% 감소


반대로 금연은 암 발생 위험과 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춥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금연 후 폐암 발생과 사망 위험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20년 이상 경과할 경우 현재 흡연자의 5분의 1 수준까지 위험도가 감소합니다.

금연 효과에 대한 김열 교수의 설명입니다.

"폐암은 금연한 지 10년 정도가 되면 지속 흡연자에 비해서 40% 정도, 20년 이상 금연을 하면 지속 흡연자에 비해서 80%까지 폐암 발생률이 감소하고요. 폐암 환자가 폐암 치료 후에 흡연을 지속할 경우에는 폐암 재발률이 2배 이상 높아지는데, 금연을 하면 재발률이 담배를 계속 피우는 사람에 비해서 50% 이상 감소를 합니다."

■"중독인 줄 알면서 또 피워"


국립암센터는 집중 금연 캠프를 연중 운영합니다. 20년 이상 흡연 경력이 있고, 여러 차례 금연에 실패한 중증 고도 흡연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4박 5일 동안 10여 명이 함께 생활하며, 약물치료, 집중 심리상담, 맞춤형 운동처방, 영양상담,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금연 의지를 다집니다.

7월에 이 캠프에 참가한 62살 성제 씨는 이번이 세 번째 참가라고 했습니다. 두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창피를 무릅쓰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입소했다고 합니다.

성 씨는 금연 실패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일단은 자만이 컸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한 개비 피우더라도 다음에 내가 끊을 수 있어' 하는 그런 이상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아니에요. 중독이라는 건 정말 자기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는 걸 많이 경험했습니다. 딜레마가 뭐냐 하면 중독이라는 게 끊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또 피우거든요."

김열 교수는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금연 캠프 참가자들이 오시면 제가 처음에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들 매일 마시는 물에 발암물질이 녹아 있다면 마실 수 있겠습니까?' 왜냐하면 인지를 변화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얼마나 해로운지를 실감 나게 본인이 느끼질 못하죠.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이 단순 습관 때문이 아니라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에 의한 중독 때문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약물 치료와 집중 심리상담으로 치료하는 것이 저희의 주된 목표입니다."

■"후회하기 전 깨달아야"…수술 환자들의 호소

후두암과 폐암 수술 환자 심기용 씨, 방광암 수술 환자 백충렬 씨는 암 진단 이후 곧바로 담배를 끊었습니다.

심기용 씨는 사단법인 후두장애인협회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합니다.

"후두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이 말을 못 하니까 집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를 않습니다. 인공 후두기를 사용해 말하는 법, 다른 발성법들을 통해 말하는 걸 도와줍니다."

심 씨는 인공 후두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저절로 발성이 되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부단한 연습이 필요한데, 자신도 1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인공 후두기로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지금은 식도 발성법도 익히고 있습니다.

심 씨는 주변 흡연자들에게 담배 끊으란 얘길 안 한다고 합니다. 그냥 수시로 가래를 뱉어내야 하는 등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만 보여준다고 합니다.

심 씨는 금연 실패를 다이어트에 비유했습니다.

"다이어트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몸이 무겁지만, 다이어트 안 해도 내가 몸이 견딜 만하니까 중간에 중단하는 거거든요. 담배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하지만 나중에 결과가 이렇게 되면 후회하는 거예요. 내가 후두암 발견되고 바로 담배를 끊었어요. 그 자리에서 담배를 끊었어요. 그런데 이미 물 건너갔고, 지금 결과는 이렇게 된 거죠. 그렇게 되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자각해야 하는데 많은 흡연인들이 그걸 모르는 거 같아요."

자료분석: 윤지희
그래픽: 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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