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장관 유임에 민주당 ‘발칵’…속내 복잡한 이유
입력 2025.06.24 (17:06)
수정 2025.06.24 (17:0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장관직 인선이 어제(23일) 발표됐습니다. 단연 눈에 띈 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소식이었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전임 정부 장관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송 장관 본인조차 어제 국회에 출석해 "저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에서 송 장관과 각을 세워왔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크게 술렁였습니다. 대통령실은 '탕평 인사'라는 설명을 내놓았지만,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 정부의 1호 거부권 법안이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송 장관은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습니다. 이른바 '농망4법'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법 자체가 재해 수준"이라고 했었죠.
그랬던 송 장관이 이번엔 이재명 정부와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오늘(24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직접 국회를 찾아,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에게 인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민주당, 대통령실에 '우려' 전달…"180도 바뀐 것 보여줘야"
우 수석은 국회를 찾게 된 이유에 대해 "제가 농해수위 위원들과 개별적으로 다 통화했다"며 "대체로는 대통령의 인사니까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좀 서운하신 분도 있고 배경을 좀 알고 싶다 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 자리에서 민주당 위원들은 송 장관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 거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농업 4법'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했다고 합니다.
'농업 4법'은 양곡관리법과 농산물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재해보험법과 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말하는데,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결국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들입니다.
농해수위 소속 A 의원은 "송 장관은 '농업 4법'에 대해 지금까지 반대하며 거부권을 건의했던 분이고, 이재명 정부의 농정 기조는 앞으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것인데 장관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등 걱정되는 부분을 얘기했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또 "농업 관련 단체들의 우려도 전달했다"고 말했는데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단체들은 오늘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망장관’·‘내란장관’ 유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B 의원도 "그동안 윤석열 정부하에서는 송 장관이 법안을 사사건건 다 거부했으니, 이제 이재명 정부에선 대통령 국정 철학을 잘 받들어 180도 입장 변화를 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 대통령은 왜?…"송미령 '업무보고' 높이 평가한 듯"
대통령의 첫 인선에 여당부터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며 난색을 보이는 이례적인 상황인데요. 우 수석은 일단 통합과 실용 인사 원칙, 그리고 송 장관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 정부 여성 인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송 장관이 '여성'이란 점도 함께 고려됐다고 합니다.
A 의원은 우 수석과의 대화 뒤 "송 장관이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며 "국무회의 때 업무보고 형태의 농정 현안에 대한 이 대통령과의 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때 인상 깊게 보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농해수위 C 의원도 "업무보고 때 대통령이 많은 대화를 나눠보신 것 같다"며 "능력 부분에 대해서 그런 판단을 하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 속내 복잡한 민주당…"우리 쪽에 그만한 사람 없겠나"
하지만, 여전히 복잡한 속내를 드러낸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농식품부 장관 물망에 오른 민주당 내 인사들도 있는데, 왜 굳이 송 장관이었어야 했는지 아쉬운 마음을 드러낸 겁니다.
B 의원은 "저 자신도 아직 설득이 안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능력보다는 통합에 방점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쪽에 그만한 능력 있는 사람이 없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C 의원은 "우리가 지금 여당이니까 대통령 인사 건에 대해서 세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이건 납득의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 송 장관이 농민 단체와 신뢰를 쌓는다든지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본인이 푸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 수석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한 듯 농해수위 위원들을 면담한 뒤 "우리 민주당과 이번에 함께해주신 많은 분 중에도 적임자가 있고, 뛰어난 능력 있는 대상자들이 분명히 있는데, 이번 인사만큼은 통합적 인사로 가기로 했다는 점에 대해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 첫 시험대는 '농업 4법'…민주 "장관 하기에 달렸다"
이렇게 조금은 '당황스러운 동거'를 하게 된 송 장관. 그 앞에 놓인 첫 시험대는 '농업 4법' 처리입니다.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법안들을 9월 정기국회 이전에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거부권이 행사됐던 법안들인 만큼 처리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오늘 오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농업 4법'을 포함한 거부권 행사 민생 법안 35개가 '우선 추진 법안'으로 보고된 거로 전해졌습니다.
농해수위 A 의원은 "중요한 건 장관의 태도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는 것"이라며 "앞으로 장관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야만 국민과 농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당장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어제 송 장관 유임 철회를 촉구하며 농해수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데 이어, 오늘은 대통령실 앞에서 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도 "송 장관이 이제 와서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하겠노라 태도를 바꾼다고 자신의 내란 농정을 덮을 수 없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 수석은 "인선 과정에서 송 장관에게 이재명 정부 철학과 정책 방향에 맞춰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거로 안다"며 "송 장관이 그 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송미령 장관 유임에 민주당 ‘발칵’…속내 복잡한 이유
-
- 입력 2025-06-24 17:06:52
- 수정2025-06-24 17:07:27

이재명 대통령의 첫 장관직 인선이 어제(23일) 발표됐습니다. 단연 눈에 띈 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유임' 소식이었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에도 전임 정부 장관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송 장관 본인조차 어제 국회에 출석해 "저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에서 송 장관과 각을 세워왔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크게 술렁였습니다. 대통령실은 '탕평 인사'라는 설명을 내놓았지만,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 정부의 1호 거부권 법안이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송 장관은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해 왔습니다. 이른바 '농망4법'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법 자체가 재해 수준"이라고 했었죠.
그랬던 송 장관이 이번엔 이재명 정부와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오늘(24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직접 국회를 찾아,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에게 인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민주당, 대통령실에 '우려' 전달…"180도 바뀐 것 보여줘야"
우 수석은 국회를 찾게 된 이유에 대해 "제가 농해수위 위원들과 개별적으로 다 통화했다"며 "대체로는 대통령의 인사니까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좀 서운하신 분도 있고 배경을 좀 알고 싶다 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 자리에서 민주당 위원들은 송 장관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 거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농업 4법'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했다고 합니다.
'농업 4법'은 양곡관리법과 농산물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재해보험법과 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말하는데,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결국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들입니다.
농해수위 소속 A 의원은 "송 장관은 '농업 4법'에 대해 지금까지 반대하며 거부권을 건의했던 분이고, 이재명 정부의 농정 기조는 앞으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것인데 장관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등 걱정되는 부분을 얘기했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또 "농업 관련 단체들의 우려도 전달했다"고 말했는데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단체들은 오늘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망장관’·‘내란장관’ 유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B 의원도 "그동안 윤석열 정부하에서는 송 장관이 법안을 사사건건 다 거부했으니, 이제 이재명 정부에선 대통령 국정 철학을 잘 받들어 180도 입장 변화를 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 대통령은 왜?…"송미령 '업무보고' 높이 평가한 듯"
대통령의 첫 인선에 여당부터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며 난색을 보이는 이례적인 상황인데요. 우 수석은 일단 통합과 실용 인사 원칙, 그리고 송 장관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 정부 여성 인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송 장관이 '여성'이란 점도 함께 고려됐다고 합니다.
A 의원은 우 수석과의 대화 뒤 "송 장관이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며 "국무회의 때 업무보고 형태의 농정 현안에 대한 이 대통령과의 대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때 인상 깊게 보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농해수위 C 의원도 "업무보고 때 대통령이 많은 대화를 나눠보신 것 같다"며 "능력 부분에 대해서 그런 판단을 하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 속내 복잡한 민주당…"우리 쪽에 그만한 사람 없겠나"
하지만, 여전히 복잡한 속내를 드러낸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농식품부 장관 물망에 오른 민주당 내 인사들도 있는데, 왜 굳이 송 장관이었어야 했는지 아쉬운 마음을 드러낸 겁니다.
B 의원은 "저 자신도 아직 설득이 안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능력보다는 통합에 방점이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쪽에 그만한 능력 있는 사람이 없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C 의원은 "우리가 지금 여당이니까 대통령 인사 건에 대해서 세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이건 납득의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 송 장관이 농민 단체와 신뢰를 쌓는다든지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본인이 푸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 수석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한 듯 농해수위 위원들을 면담한 뒤 "우리 민주당과 이번에 함께해주신 많은 분 중에도 적임자가 있고, 뛰어난 능력 있는 대상자들이 분명히 있는데, 이번 인사만큼은 통합적 인사로 가기로 했다는 점에 대해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 첫 시험대는 '농업 4법'…민주 "장관 하기에 달렸다"
이렇게 조금은 '당황스러운 동거'를 하게 된 송 장관. 그 앞에 놓인 첫 시험대는 '농업 4법' 처리입니다.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법안들을 9월 정기국회 이전에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거부권이 행사됐던 법안들인 만큼 처리를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오늘 오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농업 4법'을 포함한 거부권 행사 민생 법안 35개가 '우선 추진 법안'으로 보고된 거로 전해졌습니다.
농해수위 A 의원은 "중요한 건 장관의 태도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는 것"이라며 "앞으로 장관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야만 국민과 농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당장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어제 송 장관 유임 철회를 촉구하며 농해수위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데 이어, 오늘은 대통령실 앞에서 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도 "송 장관이 이제 와서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하겠노라 태도를 바꾼다고 자신의 내란 농정을 덮을 수 없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 수석은 "인선 과정에서 송 장관에게 이재명 정부 철학과 정책 방향에 맞춰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거로 안다"며 "송 장관이 그 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
최유경 기자 60@kbs.co.kr
최유경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슈
이재명 정부 출범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